손톱깎이세트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은 이미 국내 여러 출판사가 번역본을 펴냈지만, 혼자서 4대 장편을 모두 번역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앞서 세 장편에 이어 도스토옙스키의 유작이자 마지막 장편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전 3권·지식을만드는지식)의 번역출간을 앞두고 있다. 7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정아는 “미국 유학 시절 편역의 중요함을 절감하고 도스토옙스키 편역본 출간에 힘을 쏟았는데, 이를 계기로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대작업에 착수했다”며 4대 장편 전권 번역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전체 3권인 이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한 권으로 된 한정판으로도 출간된다. 300권만 펴내는 이 책은 양가죽으로 만든 표지에 금박으로 글씨를 새겼다. 정가 35만원인데도 이미 사전 예약자가 100명을 넘겼다고 한다.

김정아는 심오한 사상이 녹아 있는 방대한 작품을 번역하는 데 10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 전문가이면서 패션회사 ‘스페이스 눌’ 대표이사인 그는 매일 오후 5시에 퇴근해 8시30분이면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3시 일어나 출근 전까지 번역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허리가 아파 ‘백치’ 작업 때부터 서서 했습니다. 허리에 복대를 하고, 목에는 보호대를 차고, 손목에는 아대를 하고 번역을 마쳤죠. 눈은 침침하고, 몸은 안 아픈 곳이 없었어요.(웃음)” 그래도 도스토옙스키 덕분에 지난 10년이 행복했단다. 비결은 ‘사랑’. “이렇게 말씀드리면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도스토옙스키와 저의 영혼이 탯줄로 연결된 느낌이에요.”

법대를 지망하던 소녀는 고3 때 논술고사를 위해 ‘죄와 벌’을 읽고 러시아 대문호와의 사랑에 빠졌다. 소설 속 소피야가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 소피야의 한심한 아버지 세묜에게도 연민의 시선을 던지는 서사에 매료됐다.

이후 서울대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슬라브어문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도스토옙스키를 집중 연구했다. “내 인생은 도스토옙스키를 만나기 전과 후로 click here 나뉜다. 나를 만든 것은 9할이 도스토옙스키”라고 단언할 정도다. 김정아는 도스토옙스키 문학을 관통하는 대명제로 ‘사랑과 연민’을 들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사랑이 없는 곳은 지옥이고, 연민이 없는 사람은 비어 있는 존재입니다. 혹독한 시베리아 유형 생활을 거치면서도 부서지지 않았고 사람을 보며 사랑과 연민을 길어 올린 데서 도스토옙스키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4대 장편을 한 사람이 전부 번역하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그가 번역한 4대 장편의 분량은 ‘죄와 벌’ 1322쪽, ‘백치’ 1권 776쪽·2권 804쪽, ‘악령’ 1권 880쪽·2권 816쪽,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권 755쪽·2권 619쪽·3권 791쪽 등 총 6763쪽에 이른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문화 확산에 기여한 인물에 수여하는 ‘푸시킨 메달’의 내년 후보로 김정아를 올렸다.

김정아는 4대 장편 가운데 가장 추천하는 작품으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꼽으며 “뒤도 돌아볼 필요 없이 이 작품을 고르겠다”, “완벽한 마스터피스”,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것을 담은 총합체”라고 극찬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